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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치매 치료제의 비용 대비 효과 분석: 사회경제적 관점에서의 접근

2025년 10월 28일 00:00브레인타임즈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는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의료비와 돌봄비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치매 환자는 약 5,500만 명에 달하고, 관련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1조 3천억 달러(약 1,800조 원)를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등장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예: 레카네맙, 도나네맙 등)의 높은 가격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신약들은 과연 그 막대한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의 효과를 가지고 있을까?

💊 신약 치료제의 등장: ‘기대’와 ‘부담’ 사이

2023년 미국 FDA는 레카네맙(Leqembi)를, 2024년에는 도나네맙(Donanemab)을 잇따라 승인했다.
두 약물 모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제거를 통해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추는 기전을 가진 최초의 ‘질병 수정 치료제(DMT, Disease Modifying Therapy)’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레카네맙의 경우 1년 치료비가 약 2만 6천 달러(한화 약 3,500만 원)에 달하며, 정기적인 뇌 MRI 검사와 부작용 모니터링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 부담은 연간 5천만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보험 적용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다수의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크다.

📉 임상적 효과는 얼마나 되나?

임상 결과를 보면, 레카네맙은 18개월간의 임상 3상 시험(CLARITY-AD)에서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약 27% 늦추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분명 고무적인 결과이지만, 완전한 치유나 증상 역전은 아니며,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QoL)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비용 대비 점진적 효과(Incremental Effect)”라고 정의하며,
사회적 관점에서의 효용은 약물 단가보다 ‘돌봄 비용 절감’과 ‘환자 독립성 유지 기간의 연장’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 사회경제적 분석: “치매를 치료하지 않는 비용이 더 크다”

치매는 치료비뿐 아니라 돌봄·생산성 손실·가족의 경제적 부담 등 간접비용이 매우 높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사회경제적 부담은 약 3,200만 원이며,
이 중 60% 이상이 비의료비(가족 돌봄, 시간 손실 등)로 나타났다.

만약 신약이 인지저하를 1~2년이라도 늦춘다면,
환자가 시설 입소를 늦추고 가족의 간병 부담이 줄어드는 등 경제적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미국의 분석에 따르면, 레카네맙 투여 환자군은 평균적으로
치매 진행 지연으로 약 1만 달러 이상의 사회비용 절감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도 있다.

즉, 치료제의 직접비용은 높지만,
치매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줄이는 효과를 함께 고려하면 비용-효과 비율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 비용-효과 분석(CEA) 관점에서 본 신약 평가

보건경제학에서는 약물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때
QALY(Quality Adjusted Life Year, 삶의 질 보정 생존연수)를 기준으로 한다.
영국의 NICE(국립보건임상연구원)는 1 QALY당 2만~3만 파운드 이하일 경우,
‘비용 대비 효과가 있음(cost-effective)’으로 판단한다.

레카네맙의 경우 초기 분석에서는 QALY당 3만 7천 달러 수준으로 나타나,
경계선상의 ‘부분적 비용효과성(partially cost-effective)’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약물 투여 비용이 낮아지거나 조기 진단이 확대될 경우
비용 대비 효과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 한국의 현실: 접근성 확대가 관건

한국은 아직 알츠하이머 신약의 급여 적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만약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환자 본인 또는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연간 비용은 3천만~5천만 원 수준으로,
대다수 가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치매 신약의 효과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 혜택이 소수의 경제적 여유가 있는 환자에게만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정부는 약가 협상, 급여 기준 완화, 조기진단 체계 강화를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약물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글로벌 시각: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

미국·영국 등은 치매 치료제를 단순히 의료비로 보지 않고,
“미래 사회비용 절감을 위한 투자”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 의회 예산국(CBO)은 치매 신약 도입으로
2035년까지 누적 약 1,000억 달러의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를 예상했다.
이는 조기진단 체계와 신약 치료, 예방 프로그램이 결합될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 결론: ‘고비용 신약’이 아닌 ‘고가치 예방’

치매 치료제의 경제적 가치는 단순히 “약값”으로 평가될 수 없다.
그 효과는 환자의 자립, 가족의 삶의 질, 그리고 사회 전체의 돌봄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비용의 크기보다, 비용을 통해 얻는 가치의 크기다.

앞으로의 과제는 명확하다.
정부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약가 정책을 마련하고,
사회는 치매 신약을 ‘고비용 약물’이 아닌 ‘고가치 예방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
치매 치료제는 단순한 약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억을 지키는 투자가 될 것이다.

작성자 최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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