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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단백질 응집 억제를 통한 알츠하이머 치료 전략 : 아밀로이드와 타우, ‘뭉침’을 막는 것이 핵심

2025년 11월 26일 00:00브레인타임즈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의 가장 대표적인 병리학적 특징은 두 가지 단백질의 비정상적 응집이다. 바로 베타-아밀로이드(Aβ)와 타우 단백질(Tau)이다. 이 단백질들이 정상적인 분해·정리 과정을 벗어나 뇌 안에서 서로 붙고 뭉치며, 결국 신경세포 사멸, 시냅스 손실,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전 세계 연구기관과 제약사는 이 ‘응집 과정(aggregation)’을 정밀하게 차단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단백질이 서로 뭉치지 않도록 막아 치매 진행을 늦추거나, 가능한 한 조기 단계에서 억제하는 접근이다.

1. 알츠하이머 병리의 핵심: ‘뭉침’이 만드는 악순환

알츠하이머는 단순히 단백질이 많이 쌓여서만 생기는 병이 아니다. 독성을 띠는 형태로 변한 아밀로이드와 타우가 서로 응집하면서 다음과 같은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 독성 올리고머(초기 응집체) 형성
  • 신경세포막 공격 및 시냅스 손실
  • 미세아교세포·별아교세포를 통한 신경염증 반응 활성화
  • 광범위한 신경망 붕괴와 인지 기능 저하

즉, 응집을 줄이거나 막는 전략은 알츠하이머의 근본 병리 기전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접근으로 평가된다.

2. 응집 억제 전략 ① 항체 치료제

현재 가장 앞서 있는 전략은 항체를 이용해 응집된 단백질을 표적·제거하는 방법이다. 아밀로이드를 겨냥한 레카네맙(lecanemab)과 도나네맙(donanemab)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뇌 내 아밀로이드 축적 감소와 인지 기능 저하 속도 완화를 보여,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두 약물 모두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선택적으로 인식해 제거를 촉진하지만,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y)로 불리는 뇌부종·미세출혈 등 부작용 위험과 높은 비용이 한계로 지적된다.

아밀로이드 항체에 이어, 타우 응집을 겨냥한 항체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타우는 신경세포 내부에서 뭉치며 병을 악화시키는 핵심 단백질로, semorinemab, E2814, JNJ‑63733657(posdinemab) 등 여러 후보가 임상 개발 단계에 있다. 특히 posdinemab은 인산화된 타우를 표적으로 하며, 전임상 및 초기 임상에서 ‘tau seeding(타우 간 전파) 감소’와 관련된 데이터가 발표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3. 응집 억제 전략 ② 펩타이드 기반 억제제

단백질이 서로 붙을 때는 특정 아미노산 서열이 결합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 이 결합 부위를 모사한 펩타이드 조각으로 결합을 차단해 응집을 막는 방식이 새로운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

펩타이드 억제제의 장점으로는

  • 특정 결합 부위를 정밀하게 겨냥할 수 있다는 점,
  • 항체보다 분자량이 작아 혈뇌장벽(BBB) 통과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
  • 설계·변형이 상대적으로 용이해 구조 기반 설계 및 AI 활용에 적합하다는 점이 꼽힌다.

최근 연구에서는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을 방해하는 후보 펩타이드 시퀀스를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AI로 설계하고, 실험실 수준에서 응집 억제 효과와 독성을 평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전임상과 초기 임상 단계가 대부분으로, 실제 환자 치료제로 상용화된 펩타이드 억제제는 없는 상황이다.

4. 응집 억제 전략 ③ 소분자 약물

항체는 정밀성이 높지만 정맥주사·피하주사 등 투여 방식이 복잡하고 비용이 크다. 이에 따라 경구 투여가 가능하고 안정성이 높은 소분자 화합물을 이용해 응집을 조절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소분자 약물은

  • 응집의 ‘시드(seed)’ 형성을 억제하거나,
  • 잘못 접힌 단백질을 상대적으로 안정한 구조로 유도하고,
  • 이미 형성된 응집체의 분해·제거를 촉진하며,
  • 이 과정에서 동반되는 신경염증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타우 올리고머를 교란하는 소분자 후보(MK‑886 등)가 전임상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으며, 타우의 인산화(P‑tau) 조절, 아밀로이드 올리고머의 초기 형성 차단 등을 겨냥한 다양한 화합물이 탐색되고 있다.

5. 왜 ‘초기’ 응집 억제가 중요한가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의 비정상적 축적은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10~20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응집 억제 전략은 증상이 뚜렷해지기 전, 즉 무증상 고위험군이나 경도 인지장애(MCI)·경도 치매 단계에서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임상 연구에서도 레카네맙·도나네맙 등 아밀로이드 항체의 임상적 이득은 초기 환자군에서 더 뚜렷하게 관찰되었다. 이는 앞으로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이 ‘증상 이후 치료’에서 ‘뇌 속 단백질 응집이 본격화되기 전 단계에서의 예방적 치료’로 이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6. 향후 전망: AI와 응집 억제의 결합

단백질 응집 연구는 AI·머신러닝 기법과 결합되면서 속도가 크게 빨라지고 있다. 구조 기반 설계와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통해 응집 핵 형성 과정을 예측하고, 결합 부위를 찾아 펩타이드·소분자 후보를 자동으로 설계하는 연구가 빠르게 축적되고 있다.

또한 AI는 수많은 후보 물질의 독성, BBB 통과 가능성, 약동학 특성을 사전에 예측해 실험 단계에 올라가는 후보 수를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이로 인해 응집 억제를 겨냥한 신약 탐색의 효율은 과거보다 크게 향상되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전임상·임상 후보가 단기간에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맺음말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두 단백질의 비정상적 응집이 중심에 놓인 복합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응집 자체를 줄이거나 차단하려는 전략은 질병의 뿌리를 겨냥하는 접근으로, 항체 치료제, 펩타이드 억제제, 소분자 약물, 그리고 AI 기반 분자 설계 기술이 서로 보완적으로 결합하며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고 있다. 앞으로의 치매 치료는 단백질이 뭉친 뒤 손상을 따라잡는 방식에서, 응집이 본격화되기 이전 단계에서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차단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작성자 최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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