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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치매 치료제 실패에서 배우다: 막다른 길이 아닌 다음 단계로

2025년 11월 13일 00:00브레인타임즈

알츠하이머 정복의 여정은 한 세기에 걸쳐 이어지고 있지만, 결승선은 아직 멀다. 수천 개의 후보물질이 임상시험을 거쳤지만, 대부분은 3상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약효 부재가 아니라, 질병 자체의 복잡성에 있다.

1. 1%에 미치지 않는 성공률

미국 FDA 자료와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의 임상 성공률은 약 1% 이하로 세계 제약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핵심 원인은 알츠하이머의 병리기전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존 치료는 주로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제거하거나 축적을 막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여러 임상시험에서 아밀로이드가 줄어도 인지기능이 개선되지 않는 사례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병리가 진행된 뒤 개입해도 뇌 손상은 되돌리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2. 아두카누맙이 남긴 질문

2021년,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아두카누맙이 FDA의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효과 논란과 보험 적용 배제 등으로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이 사건은 아밀로이드 단일 타깃 접근의 한계를 드러냈고, 업계는 다중 기전(multi-target) 치료와 조기 개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3. 타우 단백질, 염증, 대사장애의 복잡한 관계

아밀로이드 이후 주목받은 타우 단백질을 겨냥한 치료들도 잇달아 임상 중단을 맞았다. 최근 연구는 알츠하이머가 신경 염증, 혈관 기능 저하, 대사장애, 유전자 변이 등 다양한 요인이 얽힌 복합질환임을 보여준다.
즉, 알츠하이머는 단일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증후군’에 가깝다.

4. 새로운 방향: 다중표적과 디지털의 융합

이제 제약사들은 실패를 발판 삼아 전략을 바꾸고 있다.

  • 다중표적 치료제: 레카네맙, 도나네맙 등은 아밀로이드 제거와 염증 조절, 타우 축적 억제를 동시에 겨냥한다.
  • 정밀의학 기반 조기개입: 유전자·바이오마커 정보를 활용해, 증상이 나타나기 전 치료 개입 시점을 앞당기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 디지털 치료제(DTx): 인지훈련 게임, VR 자극 등을 활용해 약물치료와 병행하는 디지털 방식이 부상 중이다.

5. 실패 속에 쌓인 데이터

수많은 임상 실패는 낭비된 시간이 아니었다.
아두카누맙 등의 임상에서 수집된 대규모 환자 데이터는 레카네맙, 도나네맙 등 차세대 신약 개발의 밑거름이 되었다.
AI가 과거 데이터를 재해석하면서, 제약사는 실패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고 있다.

결론: 실패는 멈춤이 아닌 과정

치매 치료제 개발은 여전히 가장 도전적인 과학의 영역이다. 그러나 그 긴 실패의 역사는 ‘질병을 더 빨리, 더 정확히 다루는 법’을 배우게 했다. 단일 단백질에서 뇌 전체 네트워크로, 약물 중심에서 뇌 기능 회복 중심으로 — 치매 정복의 실마리는 어쩌면 이미 그 수많은 실패 속에 있었다.

작성자 최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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