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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생체지표 기반 진단과 치료: 혈액 검사로 바뀌는 치매 의료의 현재와 미래

2025년 11월 27일 00:00브레인타임즈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이미 상당한 뇌 병리가 진행된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늘 가장 큰 과제였다. 최근 혈액 기반 생체지표(biomarker) 연구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존의 MRI·PET·뇌척수액 검사에 더해 보다 간편한 조기 평가 도구로서 혈액 검사가 주목받고 있다. 아직 모든 환자에게 “혈액만으로 확진”을 내리는 단계는 아니지만, 진단 과정의 첫 관문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떠오르는 혈액 바이오마커들

현재 전 세계 연구·제약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혈액 바이오마커들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 p‑Tau217·p‑Tau181
    인산화 타우 단백질인 p‑Tau217과 p‑Tau181은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인 타우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지표로, 여러 국제 연구에서 높은 진단 정확도를 보여주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다른 치매 환자를 구분하는 데 AUC 0.95 이상을 기록하는 등, 차세대 핵심 바이오마커 후보로 평가된다.
  • Aβ42/40 비율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두 형태 비율(Aβ42/40)은 뇌 속 아밀로이드 축적과 연관된 대표 지표로, 뇌 아밀로이드 PET 소견과의 상관성이 반복해서 보고되고 있다. 조기 단계에서 위험군을 선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축적되는 중이다.
  • NfL(Neurofilament light chain)
    NfL은 신경 섬유 손상을 반영하는 단백질로, 알츠하이머병뿐 아니라 다양한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질환 특이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신경계 손상 정도와 병의 진행 속도를 가늠하는 보조 지표로 활용 가능성이 크다.
  • GFAP(Glial fibrillary acidic protein)
    GFAP는 교세포 활성과 뇌 염증 반응을 반영하는 단백질로, 일부 연구에서 인지기능 저하 초기부터 수치 변화가 관찰된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향후 다른 마커와의 패널 형태로 조합될 경우 조기 경고 신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지표는 현재 다양한 국제 코호트와 국내 연구에서 검증이 진행 중이며, 일부 분석법은 이미 연구용·특정 임상 환경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PET을 보완하는 혈액 검사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밀로이드 PET, 타우 PET, 뇌척수액 검사가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비용·접근성·환자 부담 문제로 인해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려워, 보다 간편한 1차 선별 도구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최근 알츠하이머협회는 인지장애 환자 평가에서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첫 임상 실무 지침을 발표하며, p‑Tau217, p‑Tau181, Aβ42/40 비율 등의 검사가 아밀로이드 병리 평가에 유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 지침은 혈액 검사가 PET·뇌척수액 검사를 완전히 대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 병원 내 2·3차 진료 환경에서
  • 인지장애 환자의 알츠하이머 가능성을 선별하고
  • 추가 고가 검사가 필요한 대상을 추리는 보조 도구
    로 사용하는 방향을 권고하고 있다.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을 향한 발걸음

혈액 바이오마커의 가장 큰 의미는 진단 정확도 향상뿐 아니라 “환자별 병리 양상에 기반한 맞춤 치료”의 기반 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 병리 프로파일링
    p‑Tau, Aβ, NfL, GFAP 등 다양한 지표를 함께 측정하면, 개별 환자에서 타우 병리, 아밀로이드 축적, 신경 손상, 염증 반응의 상대적 비중을 보다 세밀하게 파악하는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향후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 전략을 세분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 약물 반응·예후 연구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와 같은 질병 조절 치료제의 등장으로, 어떤 환자에게 치료 이득이 클지, 치료 후 병리 진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혈액 바이오마커로 추적하려는 연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아직 표준화된 프로토콜로 정착한 것은 아니지만, 임상시험과 관찰 연구에서 지표로 쓰이는 빈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은 “모든 환자에게 같은 치료”에서 “개인의 병리·위험 프로파일에 맞춘 정밀의학”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한국 의료 시스템에서의 의미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어, 조기 선별과 비용 효율적인 진단 체계에 대한 수요가 특히 크다. 국내에서도 혈액·피부·눈물 등 다양한 체액을 이용한 조기 진단 바이오마커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일부 연구는 국제 학술지에 발표되며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향후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검사가 더 표준화되고, 국내 규제·보험 체계 안에서 임상 도입이 이뤄진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 1차의료기관·지역 병원에서의 고위험군 선별
  •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인지검사와 병행하는 보조 진단 도구
  • 고비용 뇌영상 검사가 필요한 대상자를 추려내는 전 단계 검사

또한, 이러한 바이오마커 데이터가 축적되면 국가 치매 빅데이터 구축과 AI 기반 위험 예측 모델 개발에도 중요한 기반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예측·선별·개입이 이어지는 미래 모델

향후 몇 년간 치매 관리 패러다임은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점차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 혈액·유전체·생활습관 데이터를 활용한 위험도 평가 및 고위험군 선별
  • 필요한 경우 뇌영상·뇌척수액 검사로 정밀 진단 및 병리 확인
  • 약물 치료, 인지훈련, 디지털 치료제, 생활습관 개입을 결합한 맞춤형 관리 계획 수립
  • 디지털 기기·앱을 통한 장기 추적과 치료 반응 모니터링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는 이 과정에서 “쉽게 반복 측정 가능한 객관적 지표”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예측·선별·개입을 하나로 잇는 플랫폼의 핵심 구성 요소가 될 잠재력이 크다.

작성자 최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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