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승인과 규제 변화: FDA·EMA의 최신 동향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은 과학적 성과뿐 아니라 긴 승인 절차와 복잡한 규제 요건을 넘어야 하는 장기 과제다. 인지 기능 개선 효과 입증이 어렵고 부작용 우려가 커 각국 규제기관은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주요 규제기관인 미국 FDA(식품의약국)와 유럽 EMA(의약청)는 환자 접근성 개선을 고려한 보다 유연한 평가체계를 시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 FDA의 가속 승인제와 논쟁
2021년, FDA는 바이오젠(Biogen)과 에자이(Eisai)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Aduhelm)을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 절차를 통해 승인했다. 이는 임상시험에서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명확하지 않았음에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감소라는 대리지표(surrogate endpoint)를 근거로 한 승인 사례였다.
이 결정은 환자 단체들로부터는 환영받았지만, 과학적 근거 부족과 절차적 투명성 논란으로 FDA 자문위원 일부가 사임하는 등 내부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FDA는 치매 치료제 승인 과정의 투명성과 기준 강화를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2. EMA의 신중한 입장
EMA는 아두헬름에 대해 승인을 거부했으며, 같은 기전의 레케네맙(Lecanemab)도 2023년 중반까지 보수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2023년 9월, EMA는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케네맙에 대해 허가 신청 접수 및 검토 절차를 진행 중이며, 조건부 승인(Conditional Marketing Authorization)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유럽은 여전히 인지 기능 개선이라는 임상적 유의성을 중점으로 평가하지만,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한 조건부 승인 모델 확대를 논의 중이다.
3. 글로벌 추세: 접근성과 과학적 검증의 병행
최근 규제 경향은 과거의 “효능 입증 → 승인” 구조에서, “조건부 승인 → 장기추적 → 실사용 데이터 평가”로 전환되고 있다.
- FDA: 알츠하이머병을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medical need)’로 규정하고, 대리지표 중심 평가를 인정하되 사후 검증(post-marketing study) 의무를 강화하고 있음.
- EMA: 조건부 승인 후 실제 임상데이터(real-world data)를 반영해 지속 평가하는 점진적 승인 모델을 확대 중.
- 한국 식약처(MFDS): 치매 치료제에 대해 임상 2상 결과를 기반으로 한 조건부 허가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4. 규제 완화의 명과 암
규제 완화는 개발 속도와 접근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으나, 임상 근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신약이 시장에 진입하면 부작용이나 효과 논란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 아두헬름은 이러한 위험과 기대의 간극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속도보다 검증의 질”을 확보하며, 환자 중심 데이터 기반의 평가체계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5. 앞으로의 방향
향후 알츠하이머 치료제 승인 환경은 과학적 근거와 환자 접근성의 균형을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은 데이터 중심의 유연한 규제체계를 실험 중이며, 한국을 포함한 각국도 이에 맞춰 제도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치매 치료제의 발전은 과학적 혁신뿐 아니라 규제정책의 유연성 위에서 완성될 가능성이 크다.
작성자 최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