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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관리

인지훈련 앱, ‘게임’ 아닌 ‘치료’: 디지털 시대의 치매 예방 전략

2025년 10월 21일 00:00브레인타임즈

요약 — 스마트폰 속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치매 치료제’로 분류되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고, 기억력·주의력 회복을 돕는 앱 기반 훈련들이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며 의료 현장에 진입 중이다.
이제 ‘약을 먹는 치료’에서 ‘두뇌를 훈련하는 치료’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1. 약이 아닌 ‘앱’으로 치매를 다루는 시대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 DTx) 라는 개념이 전 세계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약물 중심의 치료가 표준이었지만, 이제는 소프트웨어 자체가 치료 수단이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특히 치매나 경도인지장애(MCI) 분야에서는 ‘인지훈련 앱’이 대표적인 DTx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앱들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 뇌가 스스로 회복하고 재조직되는 능력 — 을 기반으로 설계된다.
이를 통해 손상된 인지 회로를 자극하고, 기억력·집중력·집행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 대표적 사례: FDA가 승인한 첫 인지치료 앱 ‘EndeavorRx’

디지털 치료기기의 상징적 전환점은 2020년 미국 FDA가 ‘EndeavorRx’를 승인한 사건이었다.
이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아를 위한 인지훈련 게임형 앱으로,
신경인지 자극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집중력 향상을 유도한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지훈련형 DTx 개발이 활발해졌으며,
특히 치매 예방·조기 중재 영역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앱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디지털 치료기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국내에서도 인지 기능 저하 및 치매 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훈련형 디지털 솔루션이 연구·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3. 실제 효과는? 임상 근거로 본 인지훈련의 가능성

그렇다면 “정말로 효과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수의 임상시험이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이다.

  • FINGER 연구 확장 모델에서는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병행한 그룹이 인지 점수 개선폭이 더 컸다.
  • ACTIVE Trial (미국, 2800명 이상 참여) 에서도 10년 추적 결과, 인지훈련을 받은 고령자들이 일상 기능 유지율이 높았다.
  • 한국 내 임상시험에서도 디지털 인지훈련을 받은 MCI 환자군에서 기억력 및 언어 유창성 점수가 개선된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들 연구는 공통적으로 디지털 인지훈련이 인지저하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물론 신약처럼 ‘질병을 역전시키는 수준’은 아니지만, 예방·보조 치료 수단으로서의 임상적 의미는 점점 커지고 있다.

4. 사용자 참여율이 관건 — “지속해야 효과가 있다”

치매 예방 앱의 가장 큰 과제는 ‘지속성(engagement)’이다.
앱을 설치하고 며칠 사용하는 것은 쉽지만, 꾸준히 훈련하는 사용자 비율은 30% 미만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래서 최근 개발사들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요소와 맞춤형 난이도 조절, AI 코칭 시스템을 결합해
‘즐겁게 지속할 수 있는 훈련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일부 앱은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되어 수면·운동·심박수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며,
종합적인 ‘두뇌 건강 관리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5. 의료현장과의 연결: 단순 훈련을 넘어 ‘치료 도구’로

현재 한국에서도 병원과 협업하여 디지털 인지훈련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치매안심센터,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등에서
환자별 인지 수준을 측정하고, 결과에 따라 개인화된 훈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앱 사용을 넘어,
의사-환자-플랫폼 간 데이터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
향후에는 보험 적용을 받는 정식 ‘치료기기’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6. 디지털 격차와 데이터 신뢰성의 과제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고령층은 스마트폰 조작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일부 연구에서는 “디지털 접근성의 격차가 오히려 인지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앱 사용 데이터를 ‘임상 근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데이터 품질 관리, 개인정보 보호 체계가 필수적이다.
이 부분은 아직 제도적으로 미비한 단계다.

7. 결론: “약보다 오래가는 훈련”의 시대

인지훈련 앱과 디지털 치료기기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치매 예방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예전에는 “치매는 약으로만 치료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면,
이제는 “두뇌를 직접 훈련시켜 회복력을 높인다”는 접근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약물치료와 디지털 치료의 병행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하루 20분의 인지훈련이 ‘미래의 기억’을 지키는 작은 습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우리의 손 안, 스마트폰 속에서 시작됐다.


참고

  • Anguera et al., Nature, 2020 — 게임형 인지훈련의 뇌 신경가소성 증거
  • ACTIVE Trial (JAMA, 2017) — 인지훈련 장기 추적 연구
  • FINGER Study Extension, 2022 — 디지털 훈련 병행 시 인지 개선 효과
  • 식품의약품안전처,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2023

작성자 최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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