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7일 (요일)
뇌과학

차세대 알츠하이머 신약: 임상 성과와 현장에 남긴 질문들

2025년 10월 14일 00:00브레인타임즈

202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알츠하이머병(AD) 치료는 ‘증상 완화’를 넘어서 병인(amyloid·tau 등)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들이 잇따라 임상·규제 무대에 올라왔다. 그러나 효능의 크기, 부작용(특히 ARIA), 환자선정(예: APOE4 여부), 비용·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최신 파이프라인(항아밀로이드 항체, 타우 표적제, 구강용 소분자, 재목적화 약물)과 임상 데이터를 정리한다.

1. ‘항-아밀로이드’ 계열의 첫 성공과 그 한계

최근 몇 년간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의 중심축은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β)를 표적으로 한 항체들이었다. 대표적으로 Eisai·Biogen의 레카네맙(Leqembi) 은 경도 인지장애(MCI)·초기 치매 환자에서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춘다는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다수 국가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고, 상용화·유통 준비가 진행 중이다. 다만 임상상 유의미한 ‘임상적 이득’의 크기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고, 뇌혈관 관련 부작용(ARIA: 뇌부종·미세출혈 등) 관리는 주요 관건으로 남아 있다.

의미와 한계

  • 의미: 질병의 핵심 병리(아밀로이드)를 직접 제거·감소시켰다는 ‘병인 수정(modifying)’ 증거를 제공.
  • 한계: 효과의 절대 크기가 작고, 일부 환자에서 ARIA 등 심각한 부작용 발생. 따라서 환자선별·모니터링(예: MRI)·비용 문제가 병행되어야 한다.

2. 도나네맙(donanemab) — 규제·시장 확대의 신호

Eli Lilly가 개발한 도나네맙은 핵심 적응증에서 긍정적 임상 결과를 보이며 규제 승인으로 이어졌다(지역·시점에 따라 차이가 존재). 도나네맙의 임상은 아밀로이드 제거와 인지·기능 지표의 완만한 지연을 보고했으며, 투약 전략·용량·환자선별 개선을 통해 ARIA 리스크를 낮추려는 노력이 병행되고 있다.

3. ‘아밀로이드’ 외의 전략: 타우·기타 표적의 부상

아밀로이드 중심 전략의 한계(효과 크기·안전성) 때문에 타우 단백(tau) 을 직접 겨냥하는 치료제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여러 바이오기업과 빅파마가 타우 항체 또는 타우의 병리적 축적을 방해하는 약물을 임상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일부 타우 표적 약물은 FDA의 빠른심사(Fast Track) 지정을 받기도 했다. 타우 표적 치료는 특히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환자에서 더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4. 경구(oral) 소분자: ALZ-801 등 ‘복용형’ 접근의 장점

정맥 주사 항체는 병원 방문과 정기적 영상(MRI) 모니터링 등이 필요해 현실적 부담이 크다. 이에 ALZ-801(트라미프로세이트 계열의 프로드럭) 같은 경구제 후보는 ‘접근성’ 측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APOE4 유전자형을 가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임상(APOLLOE4 등)에서 의미 있는 신호가 보고되며, 경구제의 장점(복용 편의성·비용 잠재절감)이 부각된다. 그러나 대규모 위약대조의 확정적 결과가 관건이다.

5. 기존 약물의 ‘재목적화(repurposing)’: GLP-1 계열의 가능성

비만·당뇨 치료제인 GLP-1 작용제(예: 세마글루타이드)가 신경염증·신경보호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임상·역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여러 대규모 임상이 진행 중이다. Novo Nordisk의 대규모 임상들이 2025~2026년에 주요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며, 긍정적 결과가 나오면 ‘비전형적’ 치료 전략이 알츠하이머 치료 지형을 크게 바꿀 수 있다. 다만 작용기전이 간접적일 수 있고, 장기 안전성·비용 측면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6. 진단·모니터링의 발전이 약물 채택을 촉진한다

혈액 기반의 바이오마커(P-tau 등) 검사 승인과 보급 확대는 조기 진단과 약물의 적절한 환자선별에 결정적이다. 최근 Roche·Lilly 협력의 혈액검사 승인 사례는(예: pTau 측정 기반 검사) 비침습적 스크리닝 확대로 이어져 항체 치료의 현실적 적용을 높일 수 있다. 진단의 민감도·특이도 향상은 ‘누구에게 약을 쓸 것인가’라는 임상적 질문을 명확히 한다.

7. 비용·의료체계·윤리적 문제 — 현실적 장벽들

신약의 임상적 이득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고비용 치료제의 보험 적용 여부, 장기적 비용효과성(cost-effectiveness), 의료인프라(MRI·전문의) 가용성은 정책적·사회적 논쟁을 야기한다. 또한 ARIA 같은 중대한 부작용 위험을 설명하고 동의받는 과정(informed consent), 고령 환자군에서의 실제 임상 혜택 기대치는 신중히 다뤄져야 한다.

8. 임상 데이터의 해석: 무엇을 ‘성공’으로 볼 것인가

  • 임상시험에서 ‘통계적 유의성’과 ‘임상적 의미(meaningful effect size)’는 다르다. 일부 항체는 통계적으로 병의 진행을 늦췄지만, 환자·가족이 체감할 정도의 변화였는지는 논쟁 대상이다.
  • 환자 하위그룹(APOE4 유무, 초기병기 등)에서 효과가 더 뚜렷한 경우가 있어 ‘맞춤형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

9. 향후 3년의 관전 포인트

  1. 대규모 실사용(Real-world) 데이터: 승인 후 실제 진료 환경에서의 효과·안전성 데이터 축적.
  2. 타우 표적제의 성과: 타우 계열 약물들이 임상적 개선을 입증할지 여부.
  3. 경구제·재목적화 약물의 확증적 결과: ALZ-801·GLP-1 임상 결과.
  4. 진단 접근성 개선: 혈액검사 등의 보급으로 적절한 환자 선별이 가능해질지.

10. 결론 — 기대와 현실의 균형

최근의 승인들은 알츠하이머 치료 연구가 ‘임상적 성과’를 일부 확보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전환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약물 효과의 크기, 안전성 관리, 현실적 비용·접근성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환자·가족의 기대와 체감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좁혀야 할 과제다. 따라서 향후 정책입안자·의료진·연구자·제약사가 협력해 정확한 진단, 엄격한 환자선별, 투명한 정보 제공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성자 최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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